KORNC - C51 - 18
2차적 저작물이 되기 위한 음악저작물의 창작성 정도와 음악저작물간 실질적 유사성 여부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1998. 6. 구전가요 2곡(‘구전가요 여자야’와 ‘영자야’)을 기초로 ‘여자야’라는 노래를 완성하였는데, ‘여자야’는 가사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부분(이하 ‘전주부’라 한다)과 악보 첫째 장 ‘에라 몹쓸 여자야’부터 둘째 장 ‘그 남자를 사랑해주오’까지(이하 ‘전반부’라 한다), 악보 둘째 장 ‘여자야 잘 있느냐’부터 셋째 장 ‘처량하구나’까지(이하 ‘중반부’라 한다), 악보 셋째 장 ‘나를 버리고’부터 끝까지(이하 ‘후반부’라 한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자야’의 중반부는 위 구전가요들 중 ‘영자야’의 전체와, ‘여자야’의 전반부와 후반부는 ‘구전가요 여자야’의 전체 및 그 후렴 부분과 리듬, 가락, 화성의 대부분이 일치한다. 그리고 ‘여자야’의 전주부는 전반부, 중반부, 후반부의 가락을 연상시키는 내용의 편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 한편, ‘태진아’라는 예명을 쓰는 피고는 1999년 말경 라디오 방송의 디스크자키로 일하면서 위 ‘여자야’를 접하게 되어 친숙한 가락에 흥미를 느끼던 차에, 위 ‘여자야’가 구전가요를 토대로 한 것임을 알고는 구전가요라면 누구나 이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여자야’의 출처로 알려진 구전가요들을 채보, 소집한 다음, 그 기본 가락과 화성에다가 일부 증감 및 변형을 거치고 새로 가사를 붙인 뒤, 다른 피고의 편곡을 거쳐 2000. 4. 경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를 제작, 판매하였다. 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허락 없이 ‘여자야’를 복제하여 이와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만들어 원고들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판결 내용] 가. 제1심 판결(서울지방법원 2002. 9. 27. 선고, 2001가합 26816)의 요지 제1심은 위 ‘여자야’ 노래 중 전반부와 후반부는 ‘구전가요 여자야’를 중반부는 ‘영자야’를 그대로 옮겨오면서 다소의 수정·증감을 가한 데 불과하며, 전주부 역시 위 두 곡의 구전가요를 연상케 하는 편곡부분이므로, ‘여자야’는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로 인정될 정도의 창작성 있는 수정이나 변경이 가해졌다고는 보기 어려워서 원고들이 만든 ‘여자야’라는 노래는 2차적저작물로서 보호 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원고들의 청구는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기각되었다. 나. 제2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04. 3. 16. 선고, 2002나 61547)의 요지 제1심 판결과 달리, 제2심 판결은 ‘여자야’는 사회통념상 위 구전가요들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만한 창작성이 인정되므로 2차적저작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라고 하였다. 다만, ‘보호 받는 표현’ 부분만을 가지고 비교해 보았을 때, ‘여자야’에서 ‘보호 받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는 구전가요 부분(‘여자야’ 중 가사 부분의 기본적인 리듬, 가락, 화성)을 제외하고 나면, ‘사랑은 아무나 하나’와 ‘여자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다만, ‘여자야’의 전주 부분은 위 구전가요들에 없는 부분으로서 원고들의 개성이 표현되어진 부분이고 그 일부가 ‘사랑은 아무나 하나’와 매우 유사하나 전주는 속성상 악곡의 주요부나 주된 가락을 연상시키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어 그 표현방법이 극히 한정되는 데다가, 유사성이 인정되는 부분도 5마디에 그쳐 전체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부분 가락의 유사함만으로 이 사건 가요와 대상 가요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시). 다. 상고심 판결(2004. 7. 8. 선고, 2004다18736)의 요지 상고심 판결도 ‘여자야’가 새로운 저작물로서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보호 받는 표현만을 기준으로 할 때, 전주부분을 제외하고는 ‘여자야’와 실질적 유사성이 없고, ‘여자야’의 전주 부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와 유사한 마디들도 구전가요에서 따온 리듬, 가락, 화성에 다소의 변형을 가한 것뿐이어서, ‘사랑은 아무나 하나’가 ‘여자야’와 비슷한 디스코 풍의 템포를 적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평 설] 가. 문제의 소재 위 판결은 음악저작물에 일정한 변형을 가하였을 때 이를 2차적저작물로 볼 수 있을지 여부 및 2차적저작물과 다른 저작물의 실질적 유사성 존재 여부에 대해 판시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음악저작물의 경우 저작권에 의한 보호를 부여하기 위해 필요한 창작성의 정도 및 기존의 음악에 바탕을 두고 2차적저작물로서 성립하기 위해 새로이 부가되어야 하는 창작성의 정도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위 판결의 의미를 짚어 보기로 한다. 나. 음악저작물의 창작성 음악저작물은 악곡과 가사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위 사안의 경우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여자야’와 가사가 전혀 달라 악곡 부분의 유사성만이 문제되었으므로, 여기서는 악곡에 관한 부분만을 살피도록 한다. 악곡은 리듬, 멜로디, 화음의 3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이들 3가지 요소는 창작성의 내재 정도가 달라 각기 다른 정도의 보호를 받게 된다. 우선 리듬과 화음에서는 창작성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 판례 중에는 직접적으로 이에 대해 판시한 예를 찾기 어려우나, 미국 판례의 경우 “리듬에 창작성이 존재하기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드물다”고 하거나1), “리듬에서만 창작성을 찾을 수는 없다”고 판시한 경우2)가 있다. 하지만, “특색 있는 리듬의 ‘우-오’의 반복”을 저작권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본 사례도 있다.3) 화음에 관한 미국 판례의 경우도 리듬과 유사하게, 그 자체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결과 함께 특별한 사안에서 반대의 판결이 존재한다. 반면, 멜로디는 악곡에 있어서 가장 창작성이 있는 부분임이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다. 음악저작물의 2차적저작물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저작물로 보호 받기 위하여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1. 25. 선고 99도863판결 참조). 이러한 새로운 저작물 또는 별개의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개변(substantial variation)’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실질적인 개변’이 질적인 향상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4), 어느 수준 이상의 개변일 것을 요한다. 이러한 개변이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음악저작물의 2차적저작물에 관한 우리나라의 판결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판례의 경우, ①쇼팽의 원곡을 한 음을 높여 변조하고, 지나치게 빠른 연속음 연주와 꾸임음 연주를 간략하게 고치거나 줄이고 부선율을 붙이는 등으로 바꾼 ‘강아지 왈츠’와 헨리 반 게엘의 원곡을 운지법을 쉽게 하고 이음줄에 의한 연주를 단순화하고 악상기호로 바꾸는 등으로 새로운 변화를 준 ‘내 마음의 노래’에 대해 새로운 저작물로 인정될 정도의 창작성 있는 수정이나 변경이 가해진 편곡들이라고 인정한 사례(서울고등법원 1995. 12. 5. 93나9186판결), ②‘칵테일 사랑’이라는 노래에서 주멜로디를 그대로 둔 채 코러스를 부가한 이른바 ‘코러스 편곡’의 경우, ‘칵테일 사랑’에서 코러스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칵테일 사랑’의 코러스 부분은 주멜로디를 토대로 단순히 화음을 넣은 수준을 뛰어 넘어 신청인 이외의 다른 사람에 의하여서는 동일한 코러스를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위 노래의 내용과 전체적인 분위기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신청인의 노력과 음악적 재능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독창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2차적저작권으로 보호 받을 가치가 있다고 한 사례(서울지방법원 1995. 1. 18. 선고 94카합9052 결정) 등이 있다. 참고로 미국 판례를 살펴보면, 리듬을 바꾸고 노래의 반주의 베이스에 약간의 변화를 준 후 새로운 제목을 붙인 경우5), 기존의 곡에 알토 파트만을 추가한 경우6), 리듬 부분을 약간 변형한 경우 등에는 2차적저작물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라. 민요의 편곡의 경우 2차적저작물이 되기 위한 창작성의 정도 전래되어 오는 전통음악이나 민요 등을 독창적 방식에 의하여 연주할 수 있도록 작성한 것은 그에 내재된 음악저작물이 이미 저작권이 소멸하여 ‘공중의 영역(public domain)’에 들어간 것이고, 또한 그 채보방식에 독창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저작권의 보호가 미치지 않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있는 부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설사 이를 복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저작권의 침해는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물론 전통음악과 같이 저작권이 이미 소멸한 음악저작물이라도 이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또는 연주하기에 적합하도록 편곡을 하여 요구되는 창작성을 가미하였다면 2차적저작물로서 새로운 보호를 받을 수 있다.7) 문제는 이때 요구되는 창작성의 정도인데, 그 창작성의 정도는 반드시 고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음악의 제 요소인 멜로디, 박자, 화음, 형식 등을 두루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서울고등법원 1995. 12. 5. 94나9186판결 참조). 미국 판례의 경우, 공중의 영역에 있는 민요를 기억나는 대로 부르고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즉흥적으로 만들어 부른 것을 채보한 후 녹음·판매하여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에서 그 민요의 편곡을 새로운 저작물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8) 위 사례에서 당해 법원은 ‘그 곡의 얼마만큼의 부분이 작곡자의 잠재의식 속의 옛 곡을 반복한 것인지, 얼마만큼의 부분이 그의 창작에 의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곡은 옛 곡과 주제가 같고 악곡이 매우 유사하기는 하나, 악곡과 가사면에서 옛 곡의 어떤 버전과도 다르다. 그러한 차이의 한도 내에서 그는 새로운 편곡의 작곡자이다. 그러한 차이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음은 그 노래를 판매한 원고의 상업적 성공과 이를 사용하려는 피고의 의지에 비추어서도 알 수 있다. Citorello가 옛 곡에 부가한 어떤 것이 옛 곡을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저작권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판시하였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경우보다 더 넓게 2차적저작물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나, 위 판례는 부가되어야 할 창작성의 정도의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 위 판결의 의의 위 사안의 경우 항소심과 상고심이 ‘여자야’를 2차적 저작물로 본 것은 타당한 판단이라고 보여진다. 항소심 판결이 들고 있는 바와 같이 “원고들이 ‘여자야’를 만들면서 단순히 ‘영자야’와 ‘구전 여자야’의 음표와 음계만을 일부 가감하여 나열함으로써 이들 노래의 리듬, 가락, 화성에 사소한 변형을 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두 노래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적절히 배치하고, 여기에다가 한국전통대중가요로 분류되는 이들 노래에 디스코 풍의 경쾌한 템포를 적용함과 아울러, 하나의 노래로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전주 및 간주 부분을 새로 부가하는 등 원고들의 노력과 음악적 재능을 투입함으로써, 위 구전가요들에 친숙한 청중에게도 기존의 노래와 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정도에 이르게 한 것이어서, 사회통념상 위 구전가요들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만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듬, 가락, 화성을 나누어 각각의 변형 및 부가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2차적 저작물로서 보호할 만한 창작성이 부가되었는지 여부는 결국 청중들이 악곡으로부터 받는 느낌을 기준으로 이를 ‘새로운 곡’으로 인정할 지 여부가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은 위 사안과 같이 민요나 기타 공중의 영역에 속하여 있는 음악저작물에 바탕을 두고 이를 편곡한 경우, 그러한 곡을 2차적저작물 내지 새로운 저작물로서 저작권으로 보호해 줄 것인지에 대해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는 판결로 보인다. 그리고, 위 판결은 ‘여자야’와 ‘사랑은 아무나 하나’는 보호 받는 표현 부분만을 비교해 볼 때,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는데, 위 두 곡 모두 구전가요 ‘구전 여자야’와 ‘영자야’에서 일부씩을 따온 점에서 유사성은 있으나 이는 아이디어의 유사로 보아야 할 것이며, 창작적인 표현에 있어서 일부 유사한 점도 두 작품을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정도이므로, 이 점에 관한 판시도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본 판례는 저작권문화 2004-9 제121호 기재된 내용으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허락을 받은 다음 저작권에 관심있는 분들의 이해를 돋고 저작권 발전을 위하여 저희 코엔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출전홈페이지 http://www.copyright.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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