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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n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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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의 '저작권 귀속' 조항은 창막물을 창고 속에 썩혀 두는 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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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물의 가치는 저작자의 명예와 자존심이며 더 좋은 창작 환경을 갖게 하거나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대부분의 저작자들은 자신의 저작물을 통해서 명예를 얻거나, 물질적인 보상을 받는다. 그래서 저작권이 곧 인격권이고 생존권이다. 디자인 창작의 경우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전문 디자이너들은 기업이나 단체 또는 정부나 공공기관 등을 위한 디자인 행위를 통하여 적절한 수준의 대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학생의 신분이거나 객관적인 능력을 인정받을 기회를 놓친 일부 디자이너들은 공식적인 디자인 업무를 수주할 때까지, 또는 그것을 위해서, 여러 형태의 경력 쌓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공모전 수상이다. 공개적인 경쟁을 통해서 경력과 명예를 얻고 그에 따르는 물질적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공모전은 창작자에게는 사막 가운데의 오아시스와 같다.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등용문이며, 가능성 많은 새 땅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빛나는 공모전은 종류와 성격도 다양해졌다.
현재 필자가 재직 중인 학교의 디자인학부 게시판만 보더라도 20여개 이상의 공모전 포스터가 붙어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아름답게 반짝거리는 것만은 아니다. 기업 홍보 차원의 것도 있고, 특정 분야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있다. 인재 등용의 성격이 뚜렷한 공모전이 있는가 하면, 상업적인 목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꼴사나운 것도 보인다. 물론 현명한 학생이라면, 결코 그런 상업성 짙은 공모전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공모전의 신뢰성은 응모 조건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저작권의 귀속 여부는 주최 측의 공모 태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아직도 ‘모든 수상작의 저작권은 주최 측에 귀속된다’는 꼬리표를 관습적으로 달아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권위 있다는 공모전에서는 저작권 귀속 여부를 신중하게 다루는 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 속에서 모든 공모전이 거룩한 목적만으로 시행될 수는 없겠지만, 상술로만 활용되거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값싸게 이용하려는 의도로 개최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또한 건전한 의도의 공모전의 경우라 하더라도, 상금의 고하를 막론하고, 10여 개 이상의 수상작을 선정해 놓고, 아무런 활용도 하지 않을 결과물들의 저작권을 독점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측정 불가능할 만큼의 낭비요, 손실이다. 활용하지 않을 저작권이라면, 소유의 욕심을 버려야하며, 선정된 수상작이라 하더라도 활용을 결정했다면 별도의 재계약을 거치는 것이 온당한 절차일 것이다. 이러한 의미만으로도 공모전 응모 조건 중 ‘저작권의 전적인 양도’ 조항은 더욱 신중히 조정되거나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
저작자의 보호 차원을 넘어 창작물의 재활용을 위해서도, 저작권 독점에 대한 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적인 대 발명도 작은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건 저작권을 통째로 앗아가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 권리를 더욱 쓸모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보호해야 한다. 짧게는 적어도 일주일, 길게는 1년 이상을 공들여 제작한 창작물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천재가 아닌 한 ‘생존권’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온갖 열정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가치 있는 결과물의 창작은 더더욱 시간 투자에 비례하지 않는다. 창작 행위 이전에 다양한 경험과 치열한 노력의 과정이 없었다면,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하더라도 어려운 일이다. 누구나 가능한 일도 아니며, 주기적으로 생산해 낼 수도 없다. 특별한 소수의 사람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일 수도 있는 것이다.
큰 디자인, 큰 디자이너는 큰 문화 속에서 태어나기 마련이다. 창작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단지 상업적인 목적에만 관심을 두는 공모전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창작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이 부족한 공모전도 지속되기 어렵다. 공모전의 권위는 개최 목적, 심사의 신뢰성, 수상자에 대한 배려와 혜택의 범위, 상징성과 지속성 등으로 저울질 될 수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공모전 수상자들의 사회 진출 현황과 기여도 등의 수상 이후의 성과일 것이다.
상금이나 부상으로 저작권을 양도 받는 정도의 공모전이라면, 아무리 개최 목적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상거래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고, 그러한 공모전 형식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소속감이나 사명감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한 발상이다. 물질과 명예 대신 자신의 권리를 바쳤을 뿐이라 데, 어떤 변명으로 미화할 수 있겠는가.
세계적인 대 발명가, 창작자, 디자이너들이 이 땅에서 끝없이 태어나기를 진정으로 원하고, 그들의 창의성이 우리들 모두에게 풍요로운 문화와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저작권만큼은 빼앗지 말자. 주는 김에 모두 주자. 그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혜택을 다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이다. 저작권이란, 창작자 누구나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그 권리에 대한 혜택은 창작물의 수준과 가치에 비례하는 것이므로, 모두 줄 때 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 당연하고도 가장 기본 적인 일, ‘저작권 보호와 후원’ 이것이야말로 공모전도 성공하고, 창작자도 만족할 수 있는 최우선의 절차이다.
본 판례는 저작권문화 2005.10 제134호 기재된 내용으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의 허락을 받은 다음 저작권에 관심있는 분들의 이해를 돋고 저작권 발전을 위하여 저희 코엔시 홈페이지(http://www.kornc.co.kr)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출전홈페이지 http://www.copyrigh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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