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면서부터 나는 신경이 예민해진다. 혼자 위로하고 혼자 격려하면서 아침까지 앉아 있을 자신이 없다.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거실로 통하는 방문을 열어두곤 한다. 갇힌 공간에서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보려는 시도와 의욕은 정말 숨이 막힌다. 2.5평짜리 사육장에 2천 마리의 닭을 가두어 놓고 산란을 시키는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당연히 닭들은 3킬로그램도 안 되는 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공간 스트레스 때문에 옆에 있는 동료 닭을 부리로 쪼고 있었다. 사육사들은 일정한 기간마다 닭의 부리를 가위로 잘라주어야 했다. 그것은 축소 복사된 작은 흑백 사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프레임 속에 찍힌 2천 마리 닭들의 눈동자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생명을 만들기 위한 안간힘. 생명이 위협 당하는 순간의, 생물이 가지는 안간힘. 그 불안감을 나는 그만 읽어버리고 말았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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