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택시에서 내려 골목으로 들어선다. 동두천 시내로 나갈 손님을 기다리는 아리랑 택시 기사들이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단맛만 강할 뿐 금방 갈증이 일어나는 걸 알면서도 아이스박스에 먼저 손이 가게 되는 지독한 더위다. 색색가지 색소를 넣은 아이스 바들은 박스 안에 잘 마른 빨래들처럼 차곡차곡 개켜져 있다.
오른 손등에 떨어진 초콜릿 시럽을 핥고 있던 한 남자의 눈길이 빠르게 나를 훑어낸다. 유난히 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탄력 없이 늘어진 노란 머리카락. 가슴과 등이 움푹 파인 검은 색 미니 원피스 아래로 그의 시선이 지나간다. 눈이 마주치자 무안한 듯 큐빅이 요란하게 박힌 내 샌들 아래로 고개를 떨어뜨린다. 내가 클럽으로 출근할 때마다 종종 마주치던 기사 양씨다. 2차를 시내로 나가고 싶어 하는 손님들 때문에 몇 번 이용을 한 적은 있지만 안면을 익혀둘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나도 그에겐 이방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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